재작년에 토지 매입 상담을 하다가 지상권이 설정된 토지를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매도인은 “지상권은 큰 문제 없다”고 했지만, 확인해보니 그 위에 타인 소유의 건물이 있었고, 토지 활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결국 거래는 무산됐죠. 그때 분명히 느꼈습니다. 지상권은 토지 가치와 활용도를 결정짓는 핵심 권리라는 걸요.

지상권 뜻,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 위에 건물이나 공작물을 소유·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민법 제279조에 규정된 용익물권으로, 쉽게 말하면 “남의 땅 위에 내 건물을 합법적으로 둘 수 있는 권리”입니다.
지상권이 필요한 대표적인 상황은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를 때입니다.
예를 들어 A가 토지를 소유하고, B가 그 위에 건물을 짓고 사용하려면 B는 A로부터 지상권을 설정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건물 소유가 법적으로 보호됩니다.
실제 사례 중에는 송전탑이 지나가는 토지가 있었습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상권을 설정해 송전탑을 설치한 상태였고, 토지 소유자는 해당 부분을 전혀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지상권 대가로 매년 보상금을 받기는 했지만, 토지 이용에는 큰 제약이 따르는 구조였습니다.
지상권과 자주 혼동되는 개념이 임차권입니다.
임차권은 계약에서 생기는 채권인 반면, 지상권은 물권입니다. 이 차이가 큽니다.
- 지상권: 등기 가능, 제3자에게 대항 가능, 매매·양도 가능
- 임차권: 원칙적으로 채권, 소유자 변경 시 불안정
그래서 지상권은 토지 소유자가 바뀌어도 권리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지상권은 보통 지료를 지급하는 형태로 설정되며, 지료 금액과 지급 방식은 계약으로 정합니다. 다만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하면, 토지 소유자는 지상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자동 소멸은 아니고, 반드시 청구가 필요합니다.
지상권 등기, 권리 보호의 출발점
지상권은 등기를 해야 완전한 효력을 갖습니다.
등기하지 않으면 토지가 매매되거나 경매로 넘어갈 때 제3자에게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지상권 등기는 지상권 설정 계약 후, 토지 소유자와 지상권자가 공동으로 신청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관할 등기소에 신청서, 지상권 설정 계약서, 토지 등기권리증, 인감증명서 등을 제출합니다. 비용은 보통 수십만 원 수준이며, 실무에서는 법무사를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관여했던 사례 중에는, 건물주가 지상권 등기를 미루다가 토지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새 토지 소유자가 “등기된 지상권이 없으니 인정할 수 없다”며 건물 철거를 요구했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등기만 돼 있었어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등기부등본에서는 지상권이 을구에 표시됩니다.
토지 등기부 을구에 ‘지상권 설정’이 있다면, 해당 토지 위에 타인이 건물이나 시설물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토지를 매입할 때는 갑구보다 을구를 더 꼼꼼히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상권에는 보통 존속기간이 기재됩니다.
예를 들어 “지상권 존속기간 30년”처럼 표시되며, 이 기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지상권은 소멸합니다. 다만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 법정지상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토지 소유자는 주의해야 합니다.

지상권 소멸, 언제 끝나는가?
지상권 자체에는 소멸시효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상권에서 파생되는 채권적 권리에는 시효가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지료 청구권은 5년의 소멸시효가 있어서, 장기간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지상권이 소멸하는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존속기간 만료
- 설정된 기간이 끝나면 원칙적으로 소멸
- 지료 2년 이상 연체 + 토지 소유자의 소멸 청구
-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소멸
실제 사례 중에는, 지상권 기간이 끝났는데도 건물주가 퇴거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토지 소유자가 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상권 소멸을 인정해 건물 철거 또는 매수 청구를 명령했습니다. 결국 건물은 토지 소유자에게 매각되는 방식으로 정리됐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법정지상권입니다. 지상권 기간이 끝났더라도, 건물이 존재하고 철거 비용이 과도한 경우 법원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토지 소유자는 적정 지료를 받고 토지를 계속 제공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상권 매매, 거래 전에 반드시 확인할 것
지상권은 독립적으로 매매·양도가 가능한 권리입니다.
원칙적으로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양도 금지 특약이 있으면 제한됩니다.
실무에서는 지상권 매매가 건물 매매와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토지는 A 소유, 건물은 B 소유인 상태에서 B가 건물을 팔면, 지상권도 함께 이전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지상권 등기 여부입니다. 등기가 없다면 토지 소유자가 바뀌었을 때 권리 주장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상담했던 고객 중 한 분은 지상권 등기 없는 건물을 매입했다가, 토지 소유자 변경 후 철거 요구를 받았습니다. 결국 소송으로 법정지상권을 인정받긴 했지만, 시간과 비용 부담이 상당했습니다. 처음부터 등기만 확인했어도 피할 수 있었던 분쟁이었습니다.
반대로 지상권이 설정된 토지를 매입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토지를 사도 지상권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활용에 큰 제약이 생깁니다.
매입 전에는 반드시 다음을 확인해야 합니다.
- 지상권 존속기간
- 지료 금액과 인상 조건
- 건물 현황 및 철거 가능성
지상권 매매 가격은 보통 건물 가치 + 잔여 존속기간을 기준으로 형성됩니다.
존속기간이 길고 지료가 저렴하면 프리미엄이 붙기도 합니다. 제가 본 사례 중에는 잔여 지상권 50년, 지료 부담이 적은 상가가 일반 매매가보다 약 20%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계약 단계에서는 토지 소유자와의 관계 조건도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지료 인상 조항, 갱신 가능성, 우선매수권 여부 같은 조건들이 향후 자산 가치와 분쟁 가능성을 크게 좌우합니다.
지상권은 매우 강력한 권리지만, 등기와 계약 조건을 놓치면 곧바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토지를 살 때는 을구에 지상권이 있는지, 건물을 살 때는 지상권 등기가 제대로 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지상권이 얽힌 부동산이라면, 계약 전에 법무사나 변호사 상담을 거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작은 확인 하나가 수천만 원의 손실을 막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