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집 사면 싸게 산다면서요?”
경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특히 유튜브나 책에서는 “시세의 70%에 낙찰받았다”는 성공 사례가 자주 등장하죠. 그런데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분명 경매는 일반 매매보다 저렴하게 집을 살 수 있는 구조이긴 합니다. 하지만 ‘싼 데는 이유가 있다’는 말처럼, 그 뒤에는 감춰진 리스크와 변수도 많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경매가 왜 싸게 시작될까?
경매는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매물이 아닙니다. 대개는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에게 법원이 강제로 매각 명령을 내리는 ‘강제 집행’이죠.
법원이 정한 감정가로 시작하지만, 이 감정가는 애초에 시세보다 10~20% 낮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입찰자가 아무도 없으면 ‘유찰’되고, 그때마다 최저가는 20~30%씩 더 떨어집니다. 유찰이 여러 번 반복되면 감정가의 절반 이하로도 내려가기도 하죠. 그래서 흔히들 ‘경매는 싸다’고 인식하는 겁니다.
실제 낙찰가는 어떤가요?
2025년 상반기 기준, 수도권 아파트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은 약 92%입니다.
감정가 3억 원짜리 아파트라면 평균적으로 2억 7,600만 원에 낙찰된다는 뜻이죠.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습니다. 그 감정가 자체가 시세보다 낮다는 사실.
결국 감정가의 90%에 낙찰받았다 해도, 실거래 시세로 보면 95~98%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인기 지역이나 역세권, 신축 아파트의 경우, 오히려 시세보다 비싸게 낙찰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매의 기회는 존재한다
‘경매는 무조건 싸다’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맞는다면, 분명 기회는 존재합니다.
실제로 싸게 낙찰받을 수 있는 물건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 말소되지 않은 임차인이 거주 중인 집
- 지분 일부만 나온 물건
- 시세 판단이 어려운 외곽지역
- 구조가 비정형이거나 실수요자가 기피하는 물건
이런 매물들은 낙찰가가 낮은 대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권리분석, 점유자 명도, 수리 등 복잡한 절차가 뒤따르죠.

실전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 사례 1. 인천의 20년 된 아파트
- 감정가 2억 8천만 원 → 낙찰가 2억 6,500만 원
겉보기엔 저렴해 보이지만, 해당 지역의 실거래가는 2억 7천만 원 수준.
여기에 각종 비용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었습니다.
- 감정가 2억 8천만 원 → 낙찰가 2억 6,500만 원
- 사례 2. 경기 안성의 소형 다세대 주택
- 감정가 9천만 원 → 낙찰가 6,800만 원
가격은 매력적이었지만, 명도 갈등으로 입주까지 4개월이 걸렸고, 이사 비용과 스트레스까지 감안하면 ‘싼 맛’이 과연 남았을지 의문입니다.
- 감정가 9천만 원 → 낙찰가 6,800만 원
초보자가 경매에 접근할 때 꼭 알아야 할 5가지
- 낙찰가율 80% 넘으면 시세와 큰 차이 없다
- 권리분석과 명도 경험 없으면 위험한 물건은 피하라
- 첫 경매는 연습이라 생각하고 경험 중심으로 접근하라
- 수리비, 취득세, 기타 비용까지 포함한 ‘총비용’으로 판단하라
- 시세 조사는 직접 발품 팔아야 정확하다
경매는 결국 숫자와 데이터만으로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현장을 보는 눈, 사람을 보는 감각, 그리고 꼼꼼함이 중요한 싸움입니다.
✅ 전문가 한 마디
경매는 싸게 사는 기술이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술입니다. 감정가만 보고 ‘싸다’고 덤볐다가는 비싼 수업료 내고 배우게 됩니다. 오히려 시세보다 5%만 싸게 사더라도, 권리 문제 없고 명도가 깔끔하다면 그건 이미 성공한 경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