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자가 “잔금일을 좀 미뤄달라”고 요청할 때가 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약의 핵심을 흔드는 중대한 변경사항입니다. 매수자의 잔금일 연기 요청 시 매도자 입장에서 매수자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잔금일이 중요한 이유
부동산 거래에서 잔금일은 단순한 결제일이 아닙니다. 이날이 바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기준점이죠.
소유권 이전의 순간: 잔금을 지급하는 순간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각종 세금의 기준일: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모든 세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날입니다.
위약금과 지연배상금의 시작점: 이날을 넘기면 연체이자나 계약 위반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잔금일 연기는 계약 조건을 바꾸는 것과 같아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매수자가 잔금일을 미루는 이유
요즘 들어 잔금일 연기 요청이 늘어나고 있는데, 주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 대출 승인이 늦어져서: 2025년 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오래 걸립니다.
- 기존 집이 안 팔려서: 매수 자금 마련을 위해 살던 집을 팔려는데 생각보다 매매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예상치 못한 비용 때문에: 취득세나 중개수수료, 이사비 등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 자금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 입주 준비가 안 되어서: 기존 세입자가 늦게 나가거나 인테리어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입니다.
계약서상 규정은?
표준 매매계약서를 보면 잔금일 연기에 대한 조항은 기본적으로 없습니다.
- 매수자의 의무: 정해진 잔금일에 반드시 잔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못하면 계약 위반이죠.
- 매도자의 의무: 잔금을 받는 즉시 소유권을 이전해주면 됩니다.
- 예외가 되는 경우: 계약서 특약에 “상호 합의 시 변경 가능”이라고 써있거나, 천재지변 같은 불가항력 상황입니다.
잔금 지연 시 발생하는 문제
잔금이 늦어지면 여러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연체이자 부담: 계약서에 명시된 연체이자율(보통 연 6-12%)이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8억 원 잔금을 연 8% 이자로 30일 늦추면 약 533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 계약 해제 위험: 매도자가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 경우 매수자는 계약금(보통 10%)을 몰수당할 수 있습니다.
- 손해배상 청구: 매도자에게 추가 손해가 생기면(이사비, 대출이자, 다음 거래 지연 등) 이를 청구받을 수 있습니다.

매도자의 판단 기준
※ 연기를 고려해볼 만한 경우
- 매수자가 일부 잔금을 미리 지급하고 보증서를 제공하는 경우
- 은행 서류 등으로 대출 지연 사유가 명확한 경우
- 매수자가 연체이자를 기꺼이 지급하겠다고 서면으로 약속하는 경우
※ 연기를 거부해야 하는 경우
- 매도자가 이미 다음 매수인과 계약을 체결한 상태
- 매도자의 대출 상환이나 다음 거래 일정과 충돌하는 경우
- 매수자의 자금 사정이 불투명하고 뚜렷한 증빙이 없는 경우
상담 사례 분석
서울 마포구 이씨는 9억 원 아파트를 팔면서 6월 15일을 잔금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매수자가 기존 주택 매각이 늦어진다며 3주 연기를 요청했죠.
문제는 이씨가 7월 1일에 다음 주택 잔금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연기를 거절했고, 매수자는 급하게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약속된 날짜에 잔금을 지급했습니다.
이씨는 나중에 “연기를 해줬다면 내 매수 일정에 큰 차질이 생겼을 것”이라며 명확한 계약 조건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전문가 조언
잔금일 연기는 계약의 핵심을 바꾸는 일이라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위험이 따릅니다. 매도자는 연기 사유가 객관적인지, 본인 일정에 지장이 없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합의한다면 연체이자율과 새로운 잔금일을 반드시 서면으로 정리해서 나중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025년 부동산 시장에서는 DSR 규제 강화로 대출 지연이 빈번해지고 있어 이런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매도자든 매수자든 처음부터 여유 있는 일정을 잡고, 모든 합의 사항을 서면으로 남겨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