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의 60%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
작년에 강서구 빌라 경매를 검토하던 고객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정말 싸 보였죠. 그런데 등기부등본을 보니 임차권등기명령이 3건.
권리분석을 해보니 그중 선순위 2건은 인수 대상이었습니다. 계산해보니 낙찰가에 임차보증금 1억 5천만 원을 더해야 하는 구조. 고객은 한숨을 쉬며 입찰을 접었습니다.
겉으로 싼 물건이 실제로는 더 비싼 경우, 현장에선 흔합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임차권등기명령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야 할 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신청하는 제도입니다. 원래 전세 대항력은 전입신고 + 점유 유지 이 두 가지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보증금을 못 받았는데 이사를 가면 점유가 끊겨 대항력이 사라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법원이 임차권을 등기해주는 겁니다. 문제는, 이 등기가 걸린 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될 때입니다.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지, 소멸되는지. 이걸 잘못 판단하면 수천만 원이 날아갑니다.
소멸인가, 인수인가
판단 기준은 간단합니다. 경매 기입등기일과의 선후 관계입니다.
1) 후순위 임차권 → 소멸
경매 기입등기일 이후 설정된 임차권은 낙찰과 동시에 소멸합니다.
예:
근저당권 : 2023년 1월
임차권등기 : 2024년 3월
이 경우 임차권은 후순위이므로 소멸합니다. 낙찰자가 부담하지 않습니다.
2) 선순위 임차권 → 인수
경매 기입등기일보다 앞선 임차권은 낙찰자가 보증금을 인수해야 합니다.
인천 다세대 사례를 보면 낙찰가 1억 5천만 원, 선순위 임차보증금 1억 원, 실제 부담액은 2억 5천만 원이었습니다.
싸게 낙찰받았다고 좋아했다가, 나중에 표정이 굳습니다. 이런 장면 많이 봤습니다.

확정일자까지 반드시 확인
여기서 많이 실수합니다. 등기 접수일만 보면 안 됩니다. 확정일자 기준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사례에서는 근저당권이 2023년 3월이었지만, 임차권의 확정일자 2022년 10월이 더 빨랐습니다. 결국 선순위로 인정되어 낙찰자가 8천만 원을 인수했습니다.확정일자를 놓치면 그대로 손해입니다.
배당요구 여부도 변수다
임차권등기가 있다고 무조건 인수되는 건 아닙니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배당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용인 빌라 사례에서는 임차권 3건 모두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 낙찰 후 전부 소멸됐습니다. 하지만 이건 예외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은 배당요구를 합니다. “운에 맡기는 투자”는 경매에서 가장 위험합니다.
실제 손해 사례 분석
사례 1
감정가 2억 원
낙찰가 1억 3천만 원(65%)
선순위 임차권 2건
7천만 원 + 5천만 원
총 부담액 2억 5천만 원
감정가보다 비쌌습니다.
사례 2
임차권 후순위라고 착각
확정일자 확인 누락
임차보증금 8천만 원 인수
“등기부를 제대로 안 봤다”는 후회만 남았습니다.
입찰 전 반드시 체크할 것
- 근저당권 설정일 vs 임차권 확정일자 비교
- 확정일자가 빠르면 선순위 가능성 높습니다.
- 선순위 보증금 모두 합산
- 낙찰가 + 임차보증금 = 실제 투자금입니다.
- 배당요구 여부 확인
- 법원 경매계에 전화하면 확인 가능합니다.
- 현황조사서 확인
- 점유 여부, 보증금, 확정일자 반드시 체크.
- 전문가 상담
- 수십만 원 상담료로 수천만 원 손해를 막습니다.
투자 가치가 아예 없을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후순위 임차권만 많은 물건은 경쟁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천 빌라 사례에서는 후순위 임차권 5건 때문에 입찰자가 적었고, 감정가 대비 55%에 낙찰. 임차권은 모두 소멸됐고 1년 뒤 30% 수익을 냈습니다.
반대로 선순위 임차권이 크면 실질 부담액이 감정가를 넘어갈 수 있습니다.
겉으로 싸 보이는 물건일수록 한 번 더 계산해야 합니다.
임차권등기 물건은 선순위면 인수, 후순위면 소멸이라는 원칙이 전부입니다.
등기부의 날짜 하나를 놓치면 수천만 원이 바뀝니다.
경매는 싸게 사는 게임이 아니라, 정확히 계산하는 게임입니다.